
1. 아침
그레고르는 그날 아침, 뒤숭숭한 꿈에서 깨어났다.
등이 딱딱한 갑옷 같았다. 고개를 조금 들자 활처럼 부푼 갈색 배가 보였고, 그 위로 이불이 반쯤 흘러내려 걸쳐 있었다. 몸통에 비해 형편없이 가느다란 다리 여러 개가 눈앞에서 버둥거렸다.
그는 어색한 광경에 첫번째로 속으로 되물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두 번째는 흐릿한 시야에 늦잠을 잤나하는 생각에 출근이 걱정되었다.
4시 반 알람이 울렸나? 5시 반 기차를 놓치면 안 되는데.
급히 몸을 돌려 벽시계를 바라보니 6시 반을 지나고 있었다. 지각이다. 말도 안돼.
5년 동안 그는 강박처럼 하루도 결근한 적이 없었다. 아프다고 한 적도 없었다.
물론 회사가 그런 걸 기억해준다고 기대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게 자신을 지켜줄 거라고 어렴풋이 믿어왔다.
지금 그의 머릿속을 채우고 있는 건 시야에 들어온 현실감 없는 자신의 몸이 아니었다. 늦잠에 대한 수습을 어떻게 할 것인가였다.

2. 문 앞의 지배인
7시가 되자 초인종이 울렸다. 지배인이 직접 집을 찾아왔다.
그레고르는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목소리에 집중했다. 대화의 처음은 그레고르의 건강을 걱정하는 척 했지만 곧 본론으로 넘어갔다. 최근 실적이 좋지 않다는 것. 요즘 일에 마음이 없어 보인다는 것.
쉴틈 없었던 5년입니다.
그레고르는 문 뒤에서 생각했다.
5년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 5년이 오늘 아침 한 번의 지각으로 사라집니까?
지배인은 계속 말하고 있었다. 그레고리의 자리는 결코 안전하지 않다고. 지금 나와서 해명하라고.
지배인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급해진 그레고르는 침대에서 몸을 굴리는 중이었지만, 부푼 갈색 배 때문인지 다리는 아직 바닥에도 닿지 못했다.

3. 문이 열리다
몇 개인지도 모를 다리는 문을 잡지도 못해 턱으로 문고리를 물어 돌리자, 입에서 갈색 액체가 흘러 바닥에 떨어졌다.
문이 열렸다. 지배인에게 말이 들리는 곳까지 나아갔다.
그레고르는 말을 시작했다.
"곧 일어나겠습니다. 옷을 입고 견본을 챙겨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오전 상황은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습니다. 부디, 부디 지금 저를 여기서 자르지 말아 주십시오. 저에게는 갚아야 할 빚이 있습니다."
그는 자신이 아주 조리 있게 말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방 밖으로 나간 것은 말이 아니었다. 짧고 젖은, 무언가 삐걱거리는 소리였다.
나를 마주한 지배인은 뒷걸음질치다 계단으로 달아났고 어머니는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어머니를 보고 아버지는 지팡이를 들었다.
그레고르는 그제야 알았다. 그는 그들의 말을 전부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들은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을.

4. 밝혀지는 장부
그 날 이후로 방에 갇힌 그레고르는 문에 붙어, 밤마다 거실에서 가족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5년 전 아버지의 사업이 무너졌다. 그날부터 그레고르는 외판원으로 뛰었다. 새벽 기차, 낯선 도시의 여관, 다시 새벽 기차. 그렇게 벌어온 돈을 식탁에 올려놓으면 가족은 고마워했다. 처음에는.
시간이 지나자 모든 것이 그렇듯 익숙하게 되었다. 고마워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희생이 당연해졌다.
그런데 그날 밤, 아버지가 서류를 꺼내며 말했다. 사실 그때 전부 잃은 건 아니라고. 얼마간 남겨두었고, 그동안 그레고르가 보내온 돈에서도 조금씩 떼어 모았다고. 생각보다 적지 않은 액수였다.
그 돈에 대해 미리 말했더라면.
그레고르는 어둠 속에서 생각했다.
그 돈이 있었다면 나는 진작 그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지않을까,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을까.
5년간 가족은 아무도 그 돈에 대해 그레고르에게 한 적이 없었다.

5. 가구를 치우다
어느 날 가족끼리 내가 갇혀있는 방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여동생 그레테가 제안했다. 방의 가구를 모두 빼자고. 오빠가 벽과 천장을 기어다니는 걸 좋아하니, 공간을 넓혀주자고.
어머니가 반대했다. 가구를 치우면, 우리가 오빠가 돌아오기를 포기한 것처럼 보이지 않겠냐고.
하지만 결국 옷장도, 책상도 나갔다. 그레고르가 5년 동안 주문서를 쓰던 책상이었다.
방이 비어갈수록 그는 자신도 함께 비어간다고 느꼈다.
벽에 하나가 남아 있었다. 그가 잡지에서 오려 직접 액자에 끼운 그림. 모피를 두른 여인. 아무 의미도 없는, 그냥 마음에 들어서 걸어둔 것.
또 다시 그를 비우는 발소리가 다가오고 있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6. 등에 박힌 사과
액자를 지키고 있던 그레고르를 보고 어머니는 소리를 질렀다.
그레고르가 위협이 된다고 생각한 아버지는 그레고르에게 사과를 마구 던졌다.
하나가 등에 박혔다. 아무도 빼주지 않았다. 그것은 그 자리에서 한 달 넘게 썩어갔고, 그레고르는 그때부터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죄책감 때문인지 그레고르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인지 그 무렵부터 가족들은 저녁마다 거실 문을 조금 열어두기 시작했다.
그레고르는 어둠 속에 엎드려 그 문틈을 바라보았다. 빛이 손가락 하나 너비로 새어 들어왔다. 가족들은 그가 거기 있다는 걸 알았다. 아무도 그쪽을 보지는 않았다.
그것이 배려인지, 아니면 그냥 문을 닫는 것조차 잊을 만큼 그가 사소해진 것인지, 그는 점점 더 알 수 없어져갔다.

7. 바이올린
그레고르가 외판원으로 일을 할 수 없게되자, 집에 돈이 부족해져 하숙인 셋을 들였다.
하숙인들과 같이 식사를 하던 어느 저녁, 그레테가 바이올린을 켰다. 하숙인들은 처음엔 관심을 보이는 듯 했지만 곧 지루해하며 한 명은 창가로 갔고, 한 명은 신문을 폈다.
하지만 단 한명, 그레고르는 어두운 방 안에서 그 소리에 이끌렸다.
음악이 이토록 나를 사로잡는데도, 나는 짐승인가?
그는 문지방까지 나가고 싶었다. 동생 앞까지 기어가서, 이 연주를 알아듣는 사람은 나뿐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학비를 대주겠다고, 음악학교에 보내주겠다고 — 벌레가 된 채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거실에는 세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연주자가 있었다. 아무도 문 쪽을 보고 있지 않았다.

8. 저것을 없애야 해요
하숙인들이 그레고르를 보고 큰 소동이 일었고, 그들은 저런 생물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니 방세를 내지 않겠다며 나갔다.
그레테가 일어섰다.
"저것을 없애야 해요."
어머니는 기침을 했고, 아버지는 말이 없었다.
"우리가 저걸 계속 오빠라고 생각하니까 이렇게 된 거예요. 저게 정말 오빠였다면, 사람이 저런 짐승과 함께 살 수 없다는 걸 진작 알았을 거예요. 그리고 스스로 나갔겠죠. 우리는 오빠를 잃었겠지만, 계속 살아갈 수는 있었을 거예요."
소동으로 쫓겨온 문틈 안쪽에서 그레고르는 전부 듣고 있었다.

9. 전차
등에 박힌 사과는 계속 그레고르를 죽어가게 만들었고 어느 날 새벽 세 시에 그는 죽었다.
하지만 가족들은 알지 못했고 아침이 되어서야 청소부가 발견했다. 그녀는 빗자루로 한 번 건드려보고는 거실로 가서 말했다. "저거, 치웠어요."
가족 셋은 그날 처음으로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그레테는 전차를 타고 교외로 갔다. 오랜만의 햇빛이었다. 세 사람은 각자 새로 잡은 일자리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는 이야기를 했고,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로 했다.
전차가 흔들릴 때, 부모는 문득 딸을 보았다. 그동안 창백해 보였던 그레테가 어느새 아름다운 처녀로 자라 있었다.
두 사람은 눈짓을 주고받으며, 이제 이 아이에게 좋은 신랑감을 찾아줄 때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목적지에 도착하자, 그레테가 가장 먼저 일어나 젊은 몸을 쭉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