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밤, 할부 120개월

기 드 모파상 『목걸이』

묻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읽습니다.

낡은 방. 천장 전구 하나가 유일한 빛이다. 정장 차림의 남자가 몸을 굽혀 카드 한 장을 내밀고, 기운 옷을 입은 여자가 의자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뒤편 옷장은 열려 있고 옷 몇 벌만 걸려 있다. 왼쪽 창밖으로 잿빛 파리 지붕들이 보인다.

1. 초대장

남편이 밝은 얼굴로 봉투를 내밀었다. 초대장이었다.

장관 부부가 여는 밤 모임이었다. 부처에서 초대장을 받은 사람은 몇 되지 않았고, 그 동안 그는 그 초대를 받으려고 애를 썼다.

마틸드는 초라한 자신의 옷을 한번 훑고 봉투를 식탁에 놓았다.

"입고 갈 게 없어."

남편은 극장 갈 때 입던 옷이 괜찮지 않으냐고 했다. 마틸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가 물었다. 옷 한 벌에 얼마면 되겠어?

마틸드는 잠깐 셈을 했다. 그가 거절하지 않을 만큼, 그러면서 그 방에 들어갔을 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사백 프랑." 하고 말했다.

남편은 조금 창백해졌다. 그 돈은 여름에 사냥총을 사려고 모아둔 것이었다. 그는 좋다고 했다.

화장대 위에 열린 보석함이 방 안에서 가장 밝다. 기운 실내복 차림의 여자가 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며 손을 뻗고 있다. 왼쪽 거울에는 같은 여자가 목걸이를 걸고 드레스를 입은 모습으로 비치고 있어, 실제 모습과 어긋난다.

2. 보석함

옷은 마련됐는데 마틸드의 표정이 며칠째 어두웠다. 몸에 걸 것이 하나도 없었다.

고민하는 것을 본 남편이 친구 '잔'애 대해 이야기하였다. 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고, 지금 꽤나 잘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집에 가서 하나 빌릴 수 있을거라고.

몸에 걸 것을 위해 만난 잔은 반가워했다. 보석함을 통째로 꺼내 와 열어놓고 말했다. "골라 봐."

팔찌가 있었다. 진주 목걸이도 있었고, 베네치아에서 온 십자가도 있었다. 마틸드는 걸어보고 벗고 또 걸어봤다.

하나도 없던 내가 막상 다양한 선택지가 주어지니, 쉽사리 정하기 어려웠다.

"다른 건 없어?"

잔이 검은 상자를 하나 더 열었다.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

마틸드는 홀린 듯이 목걸이를 집었다. 손이 떨렸다. 목에 댄 채로 거울 앞에 섰다. 한참을 거울속의 목걸이를 바라 보았다.

화면이 대각선으로 갈라진다. 위는 샹들리에가 밝게 걸린 무도회장이고, 목걸이를 건 여자가 사람들 사이에 홀로 서 있다. 아래는 같은 여자가 낡은 외투를 여미고 문을 나서는 새벽 거리로, 가스등 하나만 켜져 있다.

3. 그날 밤

그날 밤 마틸드는 그 방에서 가장 아름다웠다.

남자들이 이름을 물었다. 장관도 그녀를 보았다. 춤 신청이 끊이지 않았고 그녀는 전부 받았다. 새벽 네 시까지 췄다.

남편은 자정부터 빈 방에서 다른 남편 셋과 함께 졸고 있었다.

나올 때 남편이 외투를 걸쳐주었다. 집에서 입던 낡은 것이었다. 마틸드는 그것을 뿌리치고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뒤따라 나오는 모피를 걸친 여자들옆에 외투를 걸친 채 전시되고 싶지 않았다.

이미 너무 늦은 새벽이라 거리에 마차가 없었다. 두 사람은 강 쪽으로 한참 걸었다.

위쪽에서 여자가 드레스 차림으로 목에 손을 대고 있고, 옆 거울에도 같은 자세가 비친다. 화장대 위 보석함은 열린 채 비어 있다. 아래쪽은 젖은 밤거리로, 가스등이 늘어선 길 한가운데 남자가 등을 보이고 혼자 서 있다.

4. 없다

집에 와서 마틸드는 거울 앞에 섰다. 모두를 매료시켰던 본인의 모습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다.

목이 비어 있었다.

남편과 옷을 전부 뒤졌다. 주머니, 외투 안감, 치마 주름. 없었다. 그는 다시 옷을 입고 나갔고, 걸어온 길을 되짚어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는 일곱 시에 돌아왔고,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경찰서를 찾고, 마차 회사를 찾아가고, 신문에 광고를 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다.

남편이 말했다.

"고리가 부러져서 고치는 중이라고 편지를 써. 시간을 벌자고."

십 년이 여러 장면으로 겹쳐 있다. 가운데 여자가 대야에 손을 담그고 설거지를 하고, 위쪽에서 남자가 등불 아래 서류를 옮겨 적는다. 오른쪽에서는 시장에서 값을 흥정하고, 화면 가운데 두 손이 동전 몇 닢을 받쳐 들고 있다. 아래쪽에 빨래를 널고 바닥을 닦는 장면들이 작게 이어진다. 시리즈에서 가장 어둡다.

5. 십 년

같은 목걸이를 찾는 데 여러 날이 걸렸다. 팔레 루아얄의 한 가게에 똑같은 것이 있었다. 사만 프랑을 불렀고, 사정을 해서 삼만 육천으로 깎았다.

당시 남편의 한 해 봉급이 이천 프랑 남짓이었다. 삼만 육천은 그가 십팔 년을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하는 돈이었다.

아버지가 남긴 돈이 만 팔천 프랑 있었다. 나머지는 빌렸다. 여기서 천, 저기서 오백. 고리대금업자에게도 갔다.

아득한 금액에 대출 서명을하면서도 갚을 수 있을지 조차 계산하지 않았다.

그렇게 목걸이를 구했고, 잔은 상자를 열어보지도 않고 받았다. 조금은 허무했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십 년.

하녀는 쓸 수 없었고, 보금자리는 지붕 밑 방으로. 마틸드는 기름 눌어붙은 냄비 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설거지를 하고. 속옷과 행주와 걸레를 빨아 줄에 널었다. 아침마다 쓰레기를 들고 계단을 내려갔고, 물을 들고 올라왔다. 층마다 한 번씩 서서 숨을 골랐다.

장을 볼 때는 값을 깎았다. 청과상에서 한 푼, 식료품점에서 한 푼. 욕을 먹으면서 한 푼.

남편은 저녁마다 남의 장부를 옮겨 적었다. 얼마되지 않는 금액이었기에 밤 열두 시가 넘도록 앉아 있는 날이 많았다.

손이 붉어지고 마디가 굵어졌다. 목소리가 커졌다. 물을 바닥에 확 끼얹고 걸레질을 했다.

가끔, 남편이 나가고 없는 오후에 창가에 앉으면 그날 밤이 떠올랐다. 그 방, 불빛, 모두를 매료시켰던 모습. 목걸이.

거울은 어느 날부터 벽 쪽으로 돌려두었다.

시리즈에서 유일한 낮 거리. 두 여자가 마주 서서 손을 맞잡고 있다. 왼쪽은 낡고 해진 옷에 머리가 헝클어진 채 허리를 굽혔고, 오른쪽은 모자를 쓰고 잘 지은 코트를 입고 허리를 펴고 있다. 뒤로 파리의 건물과 지나가는 사람들이 흐리게 보인다.

6. 그건 가짜였어

십 년이 지난 어느 일요일, 마틸드는 샹젤리제를 걷다가 잔을 보았다.

여전히 젊었다. 여전히 예뻤다.

마틸드가 다가가 아는 척을 하였지만 잔은 알아보지 못했다. 이름을 말하자 깜짝 놀라는 기색이었다.

"어머, 마틸드. 너 어떻게 이렇게…"

"너 때문이야." 하고 마틸드가 말했다. 그리고 뭔가에 홀린 것 처럼 모든 걸 말했다. 목걸이를 잃어버린 것, 똑같은 것을 사서 돌려준 것, 그 뒤의 십 년.

잔이 두 손으로 마틸드의 손을 잡으며 말헀다.

"아, 마틸드. 내 건 가짜였어. 오백 프랑도 안 되는 거였는데."

어두운 바탕에 두 손만 나란히 놓여 있다. 왼쪽 손은 매끄럽고 소매에 레이스가 달렸으며, 오른쪽 손은 거칠고 손가락이 굵고 마디가 불거져 있다. 얼굴도 배경도 없다.

7. 두 손

잔의 손이 마틸드의 손을 잡고 있었다.

한 손은 매끄러웠다. 한 손은 붉고 마디가 굵었다.

길에서 마차가 지나갔다. 어디선가 아이가 울었다.

잔은 다음 말을 잇지 못했고, 마틸드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두 손은 잠깐 그대로 있었다.

표지로서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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