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오늘 엄마가 죽었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어쩌면 어제인지도 모르겠다.
양로원에서 온 전보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모친 별세. 내일 장례. 삼가 조의. 그것으로는 알 수 없었다. 어제일 수도 있었다.
사장에게 이틀 휴가를 올렸다. 사장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그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사과할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나에게 위로의 말을 했어야 했다. 아마 모레쯤, 상복을 입은 나를 보면 하겠지.
버스로 두 시간이 걸렸다. 도착했을 때 나는 땀에 젖어 있었고, 양로원장은 나를 사무실로 불러 서류를 내밀었다.
원장은 나에게 어머니가 오신 게 삼 년 전이고 자주 오지 않으셨던거 같다고 말하며, 양로원에서 만난 어머니의 약혼자에 대해서 아시냐고 물었지만 나는 당연히 모르고있었다.
나는 변명을 하려다 그만두었다. 오는 데 버스로 두 시간이 걸렸고, 오면 하루를 써야 했다. 그건 사실이었지만, 변명이 되지 않았다.

2. 밤샘
양로원장의 핀잔을 듣고 들어와보니, 관은 이미 닫혀 있었다.
관리인이 나사를 풀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보시겠느냐고 물어왔다. 그는 이미 드라이버 쪽으로 손이 가 있었다.
나는 아니라고 했다. 왜 그렇게 말했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그냥 그러고 싶지 않았다.
관리인은 손을 거두며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나는 그 눈빛이 불편해서, 이유를 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댈 이유가 없었다.
밤이 길었다. 관리인이 커피를 가져다주었고 나는 그것을 마셨다. 담배가 피우고 싶었지만 어머니 앞에서 피워도 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아무 상관도 없을 것 같아서 관리인에게 한 대 권하고 나도 피웠다.
어머니의 친구인 노인들이 하나둘 들어와 맞은편에 앉았다. 아무도 말은 없었다. 새벽엔 한 여성분이 울기 시작했다. 나는 그 울음이 멈추기를 바랐다. 그리고 문득 그 울음이 듣기 싫은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 잠깐 생각했다.

3. 그다음 날
장례를 치른 다음 날은 토요일이었다.
해수욕장에서 마리를 만났다. 예전에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사람이었고, 그때 나는 그녀를 좋아했었다. 그녀도 그랬던 것 같다.
우리는 함께 헤엄을 쳤다. 물은 미지근했고 햇빛이 좋았다. 부표 위에서 그녀의 배에 머리를 올리고 하늘을 보았다. 하늘은 파랬고 금빛이었다.
저녁에 그녀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했다. 코미디 영화였고 그녀는 많이 웃었다. 나도 웃었다.
그녀가 내 검은 넥타이를 보고 상을 당했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제 어머니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녀는 조금 물러섰다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날 밤 그녀는 나와 함께 있었다. 아침에 깨어보니 그녀는 가고 없었다.

4. 부탁
나와 같은 층에는 레몽이라는 남자가 살고있었다.
여자 등 처먹고산다는 소문도 있는 그를 동네에서는 좋게 보지 않았지만, 그는 나를 초대해 소시지와 포도주를 대접했고 자기 이야기를 길게 했다.
여자가 자기를 속였다고 했다. 그래서 손을 좀 봐줬는데 그걸로는 부족하다고. 그녀를 다시 불러들여 다정한척 잠자리를 하고, 마지막 순간에 침을 뱉고 내쫓고 싶다고 했다.
그러려면 편지가 필요한데 자기는 글을 잘 못 쓴다고. 나에게 좀 써주기를 부탁했다.
나는 거절할 특별한 이유가 없었고 그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었다. 다 쓰고 나서 소리 내어 읽어주니 그는 매우 만족했고, 우리는 이제 친구라고 말했다.
나는 딱히 친구가 되고 싶지는 않았지만, 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5. 태양
편지를 써준 뒤 일요일에는 바닷가 별장으로 갔다.
내가 써준 편지를 통해 레옹은 계획에 성공해 여자를 실컷 팼고, 그 사건으로 인해 그 여자의 오빠들이 레몽을 노리며 거기까지 따라와 있었다. 그 과정에서 레몽은 팔을 베였다.
의사에게 다녀온 뒤 그는 복수심에 권총을 꺼냈다. 나는 그것을 받아 내 주머니에 넣었다. 흥분한 상태로 총을 들고 있는 레몽보다는 내가 가지고있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오후에 나는 혼자 바닷가를 걸었다. 그저 그늘로 돌아가고 싶었을 뿐이다.
바위 그늘에 레옹을 쫓았던 남자가 혼자 누워 있었다. 나를 보더니 몸을 일으켰고,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나는 주머니 속에서 레몽의 총을 쥐었다.
그때 그가 칼을 꺼냈다. 칼날에 부딪힌 햇빛이 눈으로 쏟아졌다. 땀이 눈꺼풀에 고여 미지근한 막을 만들었다. 하늘이 갈라지며 불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온몸이 굳었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방아쇠가 당겨졌다.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을 느꼈고 움직이지 않는 남자의 몸에 네 발을 더 쏘았다. 총알은 자국도 남기지 않고 박혔다. 그것은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소리였다.

6. 예심판사
예심판사는 처음 나를 보고 굉장히 사무적이었다.
사건을 다시 짚었고, 나는 아는 대로 답했다. 그러다 그가 서랍에서 은색 십자가를 꺼내 내 앞으로 들이밀었다.
당신 하느님을 믿습니까. 나는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내 격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럴 수는 없다고, 아무리 죄를 지은 사람도 하느님 앞에서는 용서를 구한다고, 자기는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의 손이 떨렸다. 방이 더웠고 파리가 한 마리 얼굴에 앉았다. 나는 그가 왜 이렇게까지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나를 무슈 앙티크리스트(적그리스도)라고 불렀다. 그 뒤로 심문 때마다 그렇게 불렀고, 그때마다 조금 웃었다.
나는 그가 나를 미워한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내가 무언가를 말해주기를 원하고 있었고, 나에게는 그에게 말할 무언가가 없었다.

7. 재판
재판은 여름에 열렸다. 방청석이 가득 찼다.
나는 살인 사건에 대해 이야기될 줄 알았다. 총과 칼과 태양에 대해서. 그런데 검사가 먼저 부른 것은 양로원 원장이었다.
원장은 내가 어머니의 나이를 정확히 몰랐다고 증언했다. 관리인은 내가 관을 열어보지 않았고, 커피를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배심원 쪽으로 몸을 돌렸다.
여러분, 이 사람은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여자와 해수욕을 하고 코미디 영화를 보았습니다.
그는 잠시 멈췄다가 말을 이었다. "나는 이 사람을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만, 실은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을 고발합니다. 이 사람에게는 영혼이 없습니다."
방청석이 술렁였다. 나는 내가 여기서 완전히 빠져 있다는 것을 그제야 알았다. 사람들은 나 없이 내 사건을 처리하고 있었다.

8. 판결
술렁이는 방청석을 뒤로하고 변호사가 대신 말했다. 그는 계속 "나는"이라고 칭하며, 이해할 수 없는 나보다 본인 스스로를 변호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가 다시 일어섰다. 발포된 첫 발과 그다음 네 발을 나누어 말했다. 첫 발은 우발일 수 있다고. 그러나 쓰러진 몸에 네 발을 더 쏜 것은 다른 문제라고. 거기에는 분명한 시간의 흐름이 있었고 그것은 다른 의도를 뜻한다고 이야기했다.
판결은 오후에 나왔다. 나는 프랑스 국민의 이름으로 광장에서 목이 잘릴 것이라고 판결을 받았다.
나는 판사의 얼굴에서 무언가를 읽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들이 나를 데리고 나갔다.
밖에는 여름 저녁 냄새가 났다. 신문 파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목이 잘릴 판인데 그것들은 전부 그대로라는 것이 이상했다.

9. 사제
사형수를 만나러 오는 사제를 나는 세 번 거절했다.
네 번째에 그는 그냥 들어왔다. 그는 내 옆에 앉아 하느님 이야기를 시작했다. 벽에서 다른 얼굴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나는 그 벽을 몇 달째 보고 있었고 거기서 아무 얼굴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나를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을 때, 갑자기 머리 회로 속 어딘가가 터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그의 옷깃을 휘어 잡고 소리를 질렀다. 당신 기도 따위 필요 없다고. 당신이 확신하는 것들 중 어느 하나도 여자의 머리카락 한 올만 한 값어치가 없다고. 당신은 죽은 사람처럼 살고 있으니 자기가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할 것이라고.
나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나 자신에 대해서는 확신한다고 소리쳤다. 내 삶과, 곧 올 이 죽음에 대해서. 그렇다, 나에게는 그것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그 진실은 나를 붙들고 있고 나도 그것을 붙들고 있다.
간수들이 사제를 데리고 나갔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머니를 생각했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나자 나는 텅 비었고, 동시에 편안해졌다.
창살 너머로 밤이 보였다. 별이 가득했고, 멀리 바다가 있었다. 여름밤의 냄새가 밀려들어왔다. 흙과 소금 냄새였다.
나는 어머니가 삶의 끝자락인 양로원에서 왜 '약혼자'를 만들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죽음을 앞두고도 어머니는 다시 한번 삶을 시작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삶은 온전히 어머니 자신의 몫이었기에, 누구도 어머니를 가련한 비극으로 규정하며 울 권리는 없었다.
나도 사제의 기도를 듣는 순간 다시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았다.
그 커다란 분노가 나를 씻어냈고, 나는 처음으로 세계의 다정한 무관심에 마음을 열었다.
세계가 나와 이토록 닮았다는 것을, 이토록 형제 같다는 것을 느끼며, 나는 내가 행복했었고 지금도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이 완성되기 위해, 내가 덜 외롭기 위해, 내게 남은 소원은 하나였다. 처형되는 날 많은 구경꾼이 모여들어 증오의 함성으로 나를 맞아주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