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색 걔, 이름이 프랑켄슈타인 아니었어?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

묻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읽습니다.

밤의 좁은 다락. 등불 하나가 유일한 빛이다. 얼굴 없는 형체가 작업대에 등을 보이고 웅크려 앉아 있다. 종이와 도구 모양이 흩어져 있으나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뒤편 창밖은 검다.

1. 잉골슈타트

빅터 프랑켄슈타인은 열일곱에 제네바를 떠나 잉골슈타트로 갔다.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어머니가 죽고 몇 달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 반년은 강의를 들었다. 그다음부터는 나가지 않았다.

그를 붙든 물음은 하나였다.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사이에 무엇이 있는가. 대학의 교수들은 그런 물음을 다루지 않았다.

빅터는 혼자 했다. 해부실과 묘지를 드나들었고, 밤이면 다락에서 등불 하나를 켜두고 앉아 있었다.

여름이 가고 겨울이 왔다. 계절이 바뀌는 줄을 창밖의 풍경으로만 알았다.

제네바에서 편지가 왔다. 아버지가 쓰고 엘리자베스가 덧붙인 편지였다. 엘리자베스는 어릴 때부터 그 집에서 함께 자란 친구고, 둘은 결혼하기로 되어 있었다. 막내 윌리엄의 소식도 적혀 있었다.

빅터는 편지를 읽었지만, 답장은 다음에 쓰기로 했다. 삶과 죽음 사이 그 무엇에 붙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2년이 흘렀다.

무엇을 만드는 중인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묻는 사람도 없었다.

그저 그가 몰두하던 물음에 답이 되는지 알고 싶었다.

같은 다락. 작업대가 화면 가운데 있고 그 위에 천을 덮은 긴 형체가 누워 있다. 얼굴 없는 형체 하나가 건너편 문간에서 이미 몸을 돌린 채 걸어 나가는 중이다. 등불이 기울어 빛이 비스듬하다.

2. 그 밤

11월의 어느 밤이었다. 비가 창을 때렸고 등불은 거의 다 타 있었다.

빅터는 2년을 매달린 것에 마지막으로 손을 댔다.

눈꺼풀이 열렸다.

누런빛이 도는 피부 아래로 근육과 핏줄이 그대로 비쳤다. 키는 사람보다 한참 컸다. 숨을 쉬었고 팔다리가 움직였다. 입술이 벌어지면서 소리가 났다. 웃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빅터는 뒤로 물러섰다.

2년 동안 그는 이 얼굴을 아름답게 만들려고 했다. 부분들은 하나하나 고른 것이었다. 그런데 움직이기 시작하자 그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부 달랐다.

그는 등불을 넘어뜨리고 방을 벗어났다.

계단을 내려가 거리로 나가, 비를 맞으며 걸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걸었고,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잿빛 아침 빛이 든 다락. 작업대는 비어 있고 천이 바닥에 떨어져 있다. 문이 열려 있다. 화면에 사람이 하나도 없다.

3. 아침

아침에 빅터는 다락으로 돌아왔다. 문이 열려 있었다.

작업대는 비어 있었다. 덮어두었던 천이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창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것'은 없었다.

빅터는 그날부터 알 수 없는 고통으로 앓아누웠고 친구 앙리가 제네바에서 찾아와 몇 달을 돌봤다. 봄에 일어났을 때 빅터는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앙리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엘리자베스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리고 2년을 그렇게 살았다. 강의를 다시 듣고, 산책을 하고, 편지를 썼다. 다락에서 무엇을 만들었는지는 가끔 꿈에서만 나왔다.

바깥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신문에도, 사람들사이의 소문도 없었다.

빅터는 그것이 죽었으리라 생각했다. 정확히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폭풍 아래 산비탈. 가파른 어두운 경사와 낮게 깔린 하늘. 앞쪽에 작은 형체 하나가 서서 위를 본다. 오른쪽 위 능선에 두 번째 형체가 있다. 앞의 것보다 눈에 띄게 크고 가늘며 걸어 올라가는 중이다.

4. 윌리엄

2년 뒤 제네바에서 편지가 왔다. 막내 윌리엄이 죽었다고, 목이 졸린 채로 숲에서 발견됐다고 겨우 일곱 살이었다.

윌리엄의 소식을 듣고 빅터는 몇 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도착한 날 밤에 폭풍이 거셌다.

어둠 속에서 번개가 칠 때 잠깐씩 비치는 빛에 산등성이를 지나가는 형체가 있었다. 사람보다 컸고, 사람이 오를 수 없는 경사를 빠르게 오르고 있었다.

빅터는 알아봤다.

하지만 그저 자리에 서서,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말한다면 무엇부터 말해야 할지도 몰랐다.

2년 전 다락에서 무엇을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 저 산에 있다고. 아버지에게, 아들 윌리엄을 묻고 온 아버지에게.

빅터는 그저 집으로 내려갔다.

장식 없는 재판정. 빈 바닥 한가운데 작은 형체 하나가 혼자 서 있다. 뒤로 똑같이 생긴 형체들이 줄지어 앉아 모두 앞을 보고 있다. 화면 끝의 한 사람만 몸이 살짝 다른 쪽으로 돌아가 있다.

5. 쥐스틴

용의자로 하녀로 일했던 쥐스틴이 붙잡혔다. 윌리엄이 지니고 있던 작은 초상이 그녀의 옷 주머니에서 나왔다.

쥐스틴은 집에서 오래 일한 사람이었다. 재판정에서 같이 살던 엘리자베스는 그녀를 변호했다. 이 사람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하지만 증거인 초상이 주머니에 있었고, 말은 증거를 이기지 못했다.

빅터는 재판정에서 변호과정을 끝까지 봤다.

한 번 일어나면 됐다. 저 아이를 죽인 것이 무엇인지 나는 안다고. 그리고 그 다음에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도 그는 알고 있었다.

쥐스틴은 하지 않은 일을 자백했다. 자백하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신부가 말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에 쥐스틴은 처형됐다.

넓은 빙하와 창백한 하늘. 얼굴 없는 두 형체가 얼음을 사이에 두고 멀리 마주 서 있다. 둘 다 화면에서 작고 하나가 확연히 크다. 그림자가 없고 빛이 사방에서 고르게 온다.

6. 빙하 위

빅터는 산으로 갔다. 혼자 있고 싶어서였다.

빙하 위였다. 얼음이 갈라진 자리마다 물소리가 났고 그 밖에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건너편에서 형체 하나가 다가왔다. 사람의 걸음이 아니었다. 얼음 위를 그렇게 빨리 건너올 수 있는 것은 사람일리 없었다.

빅터는 소리를 지르며, 저리 가라고 했다.

그것은 멈춰 섰다. 그리고 말했다.

"당신이 나를 만들었다."

목소리가 또렷했다. 문장이 끊기지 않았다. 빅터가 아는 어떤 사람보다 말을 정확하게 했다.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주지 않고 갔다. 그래도 나는 당신을 찾아왔다. 죽이러 온 것이 아니다."

"내 이야기를 들어라. 다 듣고 나서 정해라."

빙하 위에 둘만 서 있었다.

밤에 바깥에서 본 오두막 창. 안에서 호박색 빛이 나오고 탁자에 앉은 세 형체가 보인다. 화면 앞쪽 가까이에 밖에 선 큰 형체의 뒷모습이 어둡게 있다. 보는 쪽이 창보다 크다.

7. 창밖

그가 그간에 일어난 일에 대해 말했다.

처음 며칠은 아무것도 몰랐다고, 그저 빛은 눈을 찌르고 소리가 귀를 찢었다고. 냇물을 마셨고 나무 열매를 먹고, 불을 처음 봤을 때는 손을 넣었다고 했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갔지만 그들로 부터 돌이 날아왔고 한 노인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고 했다. 그는 자기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숲 가장자리에 오두막 하나를 발견했다. 한 가족이 살았고 눈먼 노인과 아들과 딸이 있었다.

그는 오두막에 붙은 헛간으로 들어갔고 벽에 틈으로 안이 보였다.

그는 거기서 2년을 살았다.

그 2년 동안 말을 배웠다. 딸이 소리 내어 읽는 것을 들었고 아들이 가르치는 것을 들었다. 글자도 배웠다. 숲에서 주운 책 세 권을 읽었다.

밤이면 그들의 장작을 대신 패놓았다. 눈을 치워놓았다. 그들은 누가 했는지 모른 채 고마워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가족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름을 알았고 걱정거리를 알았고 아들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았다. 하지만 그 가족들은 그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2년째 되는 날 그는 문을 두드렸다.

눈먼 노인만 집에 있는 시간을 골랐다. 노인은 그를 안으로 들였다. 앉으라고 했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잠깐 이야기를 나눴다.

그때 아들과 딸이 돌아왔다.

그를 보자 딸이 쓰러졌다. 아들은 그를 때렸다. 그는 맞고만 있다가 나왔다. 손을 쓰면 그 아들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음 날 그 가족은 오두막을 떠났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2년을 지켜봤고, 문을 연 건 한 번이다. 하고 그가 말했다.

바위뿐인 벌판에 선 얼굴 없는 두 형체. 빙하 장면보다 훨씬 가까이, 조용히 말할 수 있는 거리다. 하늘이 낮고 빛이 거의 없다. 큰 쪽이 한 손을 낮게 펴 내밀고 있다.

8. 하나

그는 윌리엄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빅터도 묻지 않았다. 둘 다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은 전혀 예기치 못한 문장이었다.

나 같은 것을 하나만 더 만들어라.

여자 하나. 자기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 하나. 그것만 있으면 사람이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 남아메리카의 어느 땅, 사람이 살지 않는 곳으로. 다시는 나타나지 않겠다고 했다.

"나는 사람에게서 아무것도 받지 못했다. 그러니 사람에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겠다."

빅터는 그를 봤다.

들어주면 세상에 그런 것이 둘이 된다. 들어주지 않으면 하나가 남는다. 그 하나는 이미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빅터는 알겠다고 했다.

외딴 섬의 돌방. 작업대가 넘어져 있고 그 내용물이 어두운 형태로 바닥에 흩어져 있다. 무엇인지 알아볼 수 없다. 얼굴 없는 형체가 팔을 내린 채 그 위에 서 있다. 높은 작은 창으로 세로로 좁은 빛이 들고, 그 안에 멀리 선 형체의 윤곽이 있다.

9. 찢다

빅터는 북쪽 섬으로 갔다. 바다 가운데 오두막 한 채가 있는 섬이었다. 거기서 다시 시작했다.

거의 다 됐을 때 창밖을 봤다.

그가 서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모른다.

빅터는 갑자기 북받치는 감정에 손에 든 것을 내려놓고 작업대 위의 것을 부쉈다. 창밖에서 보는 것을 알고 보란듯이 부쉈다.

그가 말했다. 당신의 결혼식 밤에 나도 그 자리에 있겠다.

빅터는 제네바로 돌아와 엘리자베스와 결혼했다. 첫날밤에 빅터는 문 앞을 지켰다. 밖에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명은 방 안에서 났다.

끝없이 평평한 얼음 벌판과 색 없는 하늘. 수평선이 아주 낮다. 덮인 시신 하나가 얼음 위에 작게 놓여 있고 그 옆에 큰 형체가 고개를 숙이고 무릎을 꿇고 있다. 배도 다른 사람도 건물도 없다.

10. 얼음 위

빅터는 그를 쫓아 북쪽으로 갔다.

얼음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었다. 하늘에 색이 없었다. 썰매 자국이 이어지다가 끊겼다.

거기서 빅터는 그를 찾지 못한 채로 죽었다.

밤이 되자 그가 왔고 빅터의 시신 옆에 무릎을 꿇었다.

한참을 그 옆에 있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일어나 북쪽으로 걸어갔다. 얼음뿐인 쪽이었다.

그를 본 사람은 그 뒤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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