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19년
장발장은 스물다섯에 빵을 훔쳤다. 누이의 아이들이 굶고 있었다.
그 빵에 5년형을 받았다.
감옥에서 누이와 아이들 생각에 네 번 나가려고 시도했고, 네 번 다 잡혔다.
붙잡힐 때마다 형이 늘어 나올 때 그는 마흔여섯이었다.
손에 쥔 것은 노란 종이 한 장이었다. 통행증이다. 여기 적힌 사람은 전과가 있으니 어디를 가든 먼저 신고하라고 적혀 있었다.
여관 주인들은 그 종이를 읽고 차갑게 외면했다. 값을 먼저 내보여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오고 그는 마을 한가운데 서 있었다. 문마다 안쪽에 불이 있었고, 그 불은 그가 다가가면 꺼졌다.

2. 은촛대
그렇게 헤매던 중 한 집에서 문을 열어주었다. 신부가 사는 집이었다.
신부는 그를 앉히고 밥을 주었다. 은식기를 꺼내 놓았다. 통행증을 읽고도 방치하듯 정리하지 않았다.
밤에 장발장은 그 은식기를 챙겨 달아났다.
달아나서 얼마안된 새벽 헌병 셋이 그를 잡아 왔다.
그러나 신부는 나와서 말했다. "내가 준 것입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 촛대 두 개를 들고 나와 말을 이어갔다.
"이것도 두고 가셨습니다."
헌병들은 신부의 행동을 보고 물러갔고 신부는 촛대를 그의 손에 쥐여주었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3. 마들렌 씨
몇 해 뒤 북쪽의 작은 마을에 사람이 하나 왔다. 마들렌이라고 했다.
그는 유리 세공 공장을 열었다. 만드는 방법을 하나 바꿔 값을 낮췄고, 그게 대박이 났다.
공장은 커졌고 마을은 달라졌다. 일자리가 생겼고 학교가 생겼다. 병원엔 침대가 늘었다.
사람들은 그를 시장으로 추대했고 그는 두 번 사양했지만 결국 맡았다.
그가 어디서 왔는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8년이 지났다.

4. 팡틴
공장에 팡틴이라는 여자가 있었다. 아이가 하나 있는데 남의 집에 맡겨두고 돈을 부치고 있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자 작업장에 말이 돌았고 관리인은 그녀를 쫓아냈다.
그 뒤로 팡틴은 생활고로 머리를 잘라 팔았고 더 팔 것을 찾다 결국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이 되었다.
겨울이 되고 그녀는 눈 위에 쓰러졌다.
우연히 그녀를 발견한 시장이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고 그 과정에서 그녀가 자기 공장에서 쫓겨나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되었다.
관리인 임의로 쫓아내어 시장은 듣지 못했던 것이었다.

5. 자베르
경감 자베르가 시장실로 왔다.
그는 감옥에서 태어나 평생 규율 속에서 엄격하게 사는 사람이었다.
자베르는 시장에게 본인을 파면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시장은 이유를 물었다.
그는 대답했다.
"몇 달 전 시장님을 옛 죄수 장발장으로 의심해 상부에 고발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그 장발장이 남쪽에서 붙잡혔다는 통지가 왔습니다. 규율에 어긋나게 주관적인 편견으로 사안을 본 것입니다."
시장은 파면하지 않겠다고 했다.
자베르는 물러서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 그랬다면 저는 그자를 잘랐을 겁니다. 저에게만 다르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6. 다른 사람이 잡혔다
시장은 자베르의 말을 듣고 진상을 알아보았다.
남쪽에서 붙잡힌 사람의 이름은 샹마티외였다.
나뭇가지를 꺾어 가다 걸린 노인이었다. 여러 사람이 그를 장발장이라고 알아보았다. 옛 감옥 동료 셋이 그렇게 말했다. 본인은 아니라고 했지만 아닌 것을 아니라고 증명할 방안이 없었다.
재판은 다음 날 아침이었다. 유죄가 되면 그는 다시 감옥으로 가고, 형량을 받는다면 감옥에서 생을 마감할 나이였다.
시장은 그날 밤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가 나서면 공장은 주인을 잃는다. 마을은 몇 해 만에 예전으로 돌아갈 것이다. 병원 침대도 학교도 그가 있어서 생긴 것이었다.
반면 나서지 않으면 한명의 노인은 삶을 잃게 된다.
밤새 촛불이 켜져 있었다.

7. 법정
법정이 열리고 노인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증인 셋이 차례로 와 같은 말을 했다.
판결이 나오기 직전이었다.
뒤쪽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 판결을 멈췄고 사람들도 돌아보았다.
그가 말했다. "저 사람은 장발장이 아닙니다. 제가 장발장입니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그가 옛 동료 셋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셋의 몸에 있는 흉터를 말했다. 법정이 수근거림으로 소란스러워졌다.
아무도 그를 붙잡지 않는 사이에 그는 걸어 나갔다.

8. 다시 쫓기다
그는 다시 감옥으로 갔다. 그리고 다시 나왔다. 이번에는 물에 빠져 죽은 것으로 처리됐다.
그렇게 이름을 몇 번 더 바꿨다. 파리의 골목을 옮겨 다녔고 한자리에 오래 있지 않았다.
바뀐 이름으로 공장은 결국 문을 닫았고 시장을 잃은 마을은 몇 해 만에 예전으로 돌아갔다.
자베르는 그를 놓지 않았다. 새 이름이 하나 생기면 자베르가 그것을 지웠고 골목 하나 뒤에서 그는 늘 따라오고 있었다.

9. 살려 보내다
어느 밤 좁은 골목, 두 사람의 위치가 뒤바뀌었다.
장발장이 자베르를 제압하고 밧줄로 그의 두 팔을 결박했다. 평생 자신을 죄인으로 옭아맸던 숙적을 앞에 두고 장발장은 침묵 속에서 그를 응시했다.
생사를 가를 권리는 장발장에게 있었다. 그러나 복수는 없었다.
한참 뒤 장발장은 칼을 들어 밧줄을 베어냈다.
"가시오."
자베르는 움직이지 않았다. 법과 징벌만이 절대적 규율이던 그의 세계관에서는, 탈옥수가 자신을 무조건 살려주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자베르가 메마른 목소리로 물었다.
"왜 풀어주는 것이냐?"
장발장은 답하지 않았다. 어떠한 해명도 없이 등을 돌려 골목 끝으로 묵묵히 걸어갔다.
자베르는 호각을 불지도, 그를 쫓지도 못했다. 굳어 있던 그는 이윽고 반대쪽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바닥에는 잘려 나간 밧줄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10. 다리
자베르는 강으로 갔다.
다리 한가운데 서서 한참 동안 강물을 내려다보았다.
평생 법만이 옳고 죄인은 그저 죄인일뿐이라 믿었다. 그러나 그를 살려 보낸 사람이 바로 그 죄인이었다.
견딜 수 없는 모순 속에서, 다리 위의 그는 사라졌다.
장발장은 계속 나아갔다. 파리 골목 어딘가로 이름 하나를 더 품은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