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브라더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어떡해요?

조지 오웰 『1984』

묻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읽습니다.

어두운 방 왼쪽 벽에 콧수염 난 거대한 얼굴 포스터가 붙어 있고, 오른쪽 위 벽걸이 화면에도 같은 얼굴이 떠 있다. 창밖으로 잿빛 하늘과 굴뚝이 늘어선 도시가 보인다. 앞쪽 구석 작은 탁자에서 한 남자가 고개를 숙인 채 펼쳐진 공책에 펜을 대고 있다.

1. 4월의 시계

시계가 열세 번을 울렸다. 바람은 차가웠고 거리는 잿빛 먼지로 자욱했다. 윈스턴 스미스는 외투 깃을 올린 채 아파트 현관으로 들어섰다.

복도 벽에는 거대한 얼굴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방 안의 텔레스크린에서는 쇳소리 섞인 방송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 소음. 화면은 소리를 내보내는 동시에 방 안의 모든 움직임을 기록했다.

윈스턴은 거실 구석의 좁은 틈으로 몸을 숨겼다. 설계상의 결함 덕분에 화면의 시야에서 벗어난 유일한 사각지대였다.

서랍 깊은 곳에서 오래된 공책 한 권을 꺼냈다. 매끄러운 미색 종이에 잉크 펜촉을 조심스레 댔다. 적발되는 순간 사형이나 강제 노동형이 내려지는 물건.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종이 위에 날짜를 적어 넣었다. 1984년 4월 4일.

길고 반들거리는 복도. 왼쪽 벽에 콧수염 난 얼굴 포스터가, 오른쪽 위에 같은 얼굴이 뜬 화면이 걸려 있고 멀리 제복 입은 사람들이 서 있다. 앞쪽 바닥에 붉은 띠를 두르고 오른팔에 붕대를 감은 여자가 쓰러져 있고, 무릎을 굽힌 남자의 손에 접힌 작은 종이가 쥐여 있다.

2. 복도의 쪽지

기록국 긴 복도에서 반대편을 바라보았다. 검은 머리의 젊은 여자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소설 창작국 소속의 기계 정비원. 그녀의 허리에는 청년 금욕 동맹의 붉은 띠가 둘러져 있었다.

그녀가 불쑥 발을 헛디디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붕대를 감은 오른팔을 바닥에 짚으며 짧은 비명을 내질렀다.

윈스턴이 반사적으로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으로 일그러져 있었다. 일으켜 세우는 순간 작은 종이 뭉치가 손바닥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그녀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서둘러 사라졌다. 텔레스크린 앞에서는 주머니에 손을 넣는 행위조차 위험했다. 화장실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종이를 펼쳤다.

서툰 글씨로 단 네 단어가 적혀 있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심장이 갈비뼈를 세게 두드렸다. 온몸의 감각이 마비되는 충격.

햇빛이 드는 숲 가장자리. 위쪽 나뭇가지에 작은 갈색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큰 나무 아래 풀밭에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고, 여자가 손에 든 작은 조각을 남자에게 건네는 중이다. 앞쪽 풀 위에 붉은 천이 벗겨진 채 놓여 있다.

3. 종달새의 숲

기차를 타고 런던을 벗어났다. 줄리아가 일러준 대로 한 정거장 앞에서 내려 걸었다. 잡목림 사이로 난 오솔길에서 발밑의 마른 잔가지가 부러졌다. 나뭇가지 사이로 푸른 하늘이 드러났다.

오솔길 끝에 풀밭이 열렸다. 발치에 파란 들꽃이 무리 지어 피어 있었다. 런던의 거리에서는 본 적 없는 색이었다.

바위 그늘에 줄리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주머니에서 초콜릿 한 조각을 꺼내 건넸다. 암시장에서 구한 진짜 설탕이 든 음식이었다. 배급품의 기름 냄새가 나지 않았다. 달콤한 맛이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나뭇가지 위에서 작은 종달새 한 마리가 울기 시작했다. 투명하고 정교한 지저귐. 새는 누구를 위해 노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쏟아지는 햇살 속에 소리를 채울 뿐이었다.

줄리아가 붉은 띠를 풀어 던졌다. 옷가지들이 풀밭 위로 스르르 흘러내렸다.

두 사람은 마른 풀잎 위에 몸을 눕혔다. 풀잎 냄새가 옷에 배어들었다. 오후의 나른한 햇살 아래서 두 사람의 숨소리만 가빠졌다.

돌아가는 기차까지는 두 시간이 남아 있었다. 줄리아는 풀밭에 누운 채 다음에 만날 날짜를 먼저 정했다.

좁은 2층 방. 왼쪽 창밖으로 빨래를 널고 있는 사람이 보이고, 창가에 선 남자가 몸을 웅크린 채 바닥 쪽을 보고 있다. 왼쪽 탁자 위 유리알 안에 분홍빛 산호 조각이 들어 있다. 오른쪽 침대에 앉은 여자가 신발 한 짝을 들고 있고, 바닥 오른쪽 아래로 쥐 한 마리가 지나간다.

4. 골동품점의 2층 방

프롤 구역의 낡은 골동품점을 찾아갔다. 상점 주인 채링턴은 늙고 온화한 인상이었다. 그는 2층의 작은 방을 기꺼이 세놓았다.

방 벽에는 텔레스크린이 없었다. 삐걱거리는 낡은 침대와 작은 탁자 하나. 윈스턴은 탁자 위에 유리 종이누르개를 올려두었다. 투명한 유리알 속에 분홍빛 산호 조각이 영원히 굳어 있었다.

줄리아가 커피포트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분을 바르고 입술을 붉게 칠한 얼굴이었다. 당의 제복을 벗어던진 여인의 모습.

"우리는 이미 죽은 목숨이에요." 윈스턴이 창밖의 빨래 너는 여인을 보며 속삭였다. 줄리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웃어넘겼다. "하지만 지금은 살아 있잖아요."

침대 밑 구석에서 쥐 한 마리가 고개를 내밀었다. 윈스턴은 소스라치며 몸을 떨었다.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공포였다. 줄리아는 신발을 던져 쥐를 쫓아냈다.

두꺼운 카펫과 책장이 있는 호화로운 실내. 오른쪽 안락의자에 앉은 남자가 한쪽 팔을 들어 벽의 장치를 가리키고, 뒤쪽에 흰 재킷을 입은 하인이 쟁반을 들고 서 있다. 왼쪽에 외투 차림의 남녀가 나란히 서서 아래를 보고 있다. 앞쪽 탁자에 붉은 포도주가 담긴 잔들이 놓여 있다.

5. 오브라이언의 아파트

내부 당원 오브라이언의 거처는 호화로웠다. 두꺼운 카펫이 발소리를 완벽하게 집어삼켰다. 하얀 재킷을 입은 하인이 은쟁반을 들고 오갔다.

오브라이언이 벽의 스위치를 돌렸다. 텔레스크린의 소리가 마법처럼 사라졌다. 내부 당원에게만 허락된 잠시의 특권.

윈스턴은 숨을 헐떡이며 찾아온 이유를 털어놓았다. 체제에 반대하며 그의 지시를 따르겠노라는 선언이었다. 오브라이언은 붉은 포도주를 잔에 채웠다.

"당을 파괴하기 위해 사람을 죽일 준비가 되었습니까?" 오브라이언의 차가운 물음. 윈스턴과 줄리아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산을 뿌려 모르는 사람의 얼굴을 문드러지게 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도 답은 같았다.

"서로 영원히 헤어질 각오가 되어 있습니까?" 마지막 물음이 허공에 떨어졌다. "아닙니다." 줄리아가 먼저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윈스턴 역시 고개를 가로저었다.

부서진 방. 왼쪽 벽에 기울어진 액자가 걸려 있고 그 안에 콧수염 난 얼굴이 떠 있다. 부서진 문으로 제복과 정모 차림의 사내들이 들이닥치고, 문간에 노인이 서 있다. 바닥에 두 사람이 엎드려 있고, 앞쪽에 깨진 유리 덩어리와 흩어진 파편, 붉은 산호 조각이 떨어져 있다.

6. 깨진 산호

나른한 오후의 침대 위였다. 창밖에서는 빨래를 널던 여인의 노랫소리가 잦아들었다. 방 안에는 두 사람의 고른 숨소리만 남았다.

"우리는 죽은 목숨이야." 윈스턴이 중얼거렸다. 줄리아가 그의 품에 파고들며 동의했다. 바로 그 순간 벽 쪽에서 쇳소리가 울렸다.

"너희는 죽은 목숨이다." 사람의 육성이 아니었다. 벽에 걸린 판화 뒤에서 차가운 금속음이 또박또박 말을 받았다. 그림 뒤에 텔레스크린이 숨겨져 있었다.

군화 소리가 계단을 부술 듯 울리더니 문이 부서졌다. 검은 제복을 입은 사내들이 곤봉을 휘두르며 들이닥쳤다. 줄리아의 명치로 무거운 주먹이 날아들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채링턴이 문간에 서 있었다. 온화했던 얼굴은 간데없고 날카로운 사상경찰의 눈빛만이 번뜩였다. 누군가 탁자 위의 유리 종이누르개를 바닥에 내던졌다. 유리가 깨지며 산호 조각이 먼지 속으로 굴렀다. 윈스턴은 바닥에 엎드린 채 흩어진 유리 파편을 내려다보았다.

창문 없는 흰 방. 철제 침대에 결박된 남자가 사지에 띠가 채워진 채 누워 있고 몸에서 전선이 늘어져 있다. 옆에 선 정장 차림의 남자가 엄지를 접은 네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다른 손은 계기가 달린 기계 위에 올려져 있다.

7. 2 더하기 2

창문이 없는 하얀 방이었다.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전등이 밤낮없이 켜져 있었다. 윈스턴은 철제 침대에 사지가 결박된 채 누워 있었다.

오브라이언이 다가와 기계의 다이얼을 돌렸다. 전신을 찢는 통증이 척추를 타고 솟구쳤다. 뼈마디가 분리되는 끔찍한 고통. 비명이 터져 나올 때마다 다이얼의 수치가 올라갔다.

오브라이언이 자신의 왼손을 들어 보였다. 엄지손가락을 접은 네 개의 손가락. "내가 손가락을 몇 개 펴고 있나, 윈스턴?" 윈스턴이 신음하며 넷이라고 답했다.

레버가 다시 당겨졌다. 온몸의 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했다. "당이 넷이 아니라 다섯이라고 말한다면 몇 개인가?"

"넷입니다! 제발 멈춰요!" 고통 속에서도 윈스턴은 악을 썼다. 오브라이언은 부드러운 표정으로 레버를 쥐었다. "우리는 복종을 강요하지 않는다. 마음을 고쳐먹게 만드는 것이다." 윈스턴의 눈앞이 하얗게 부서져 내렸다.

어두운 방. 앞쪽 의자에 결박된 남자가 입을 벌린 채 얼굴을 일그러뜨리고 있다. 그 앞으로 철망 상자가 내려와 있고 안에 쥐 두 마리가 들어 있다. 상자 손잡이를 쥔 남자와 정모를 쓴 사람이 뒤쪽 어둠 속에 서 있다.

8. 101호실

윈스턴의 몸은 앙상한 해골처럼 말라붙었다. 이는 흔들렸고 머리카락은 한 움큼씩 빠졌다. 그동안 그는 모든 것을 자백했다. 날짜와 장소와 이름을 댔다. 줄리아의 이름만은 대지 않았다.

오브라이언이 마지막 문을 열었다. 101호실. 그곳에는 사람마다 저마다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놓여 있었다.

간수가 들고 들어온 것은 철망으로 된 상자였다. 철망 속에서 굶주린 시궁쥐 두 마리가 사납게 이를 갈았다. 윈스턴의 숨이 턱 막혔다. 유년 시절부터 그를 옥죄던 악몽의 실체.

상자가 그의 얼굴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손잡이를 누르면 철망 문이 열리고 쥐들이 그의 눈과 뺨을 파고들 터였다. 지독한 악취와 발톱 소리가 코앞에서 번뜩였다.

윈스턴은 결박된 몸을 뒤틀었다. "줄리아한테 해요! 내가 아니라 줄리아한테! 그녀의 얼굴을 찢어발겨요! 나는 상관없어요!"

철망 문이 딸깍 닫혔다. 윈스턴은 땀범벅이 된 채 철제 침대 위로 풀썩 늘어졌다. 거친 숨소리만 텅 빈 방에 맴돌았다.

잎이 진 나무들과 젖은 땅, 멀리 잿빛 하늘과 도시 윤곽이 보이는 겨울 공원. 낡은 외투를 입은 남자와 여자가 나란히 서서 각자 아래를 보고 있다. 손은 닿지 않고 서로 몸을 돌리지도 않았다. 오른쪽 뒤에 빈 벤치가 있다.

9. 밤나무 그늘

석방된 뒤 윈스턴은 매일 밤나무 카페 구석에 앉았다. 탁자 위에는 향료 냄새가 역한 승리 진 잔이 놓여 있었다.

눈 녹은 3월의 차가운 공원에서 줄리아를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의 몸은 마치 시신처럼 차갑고 뻣뻣했다. 허리는 통나무처럼 굳었고 이마에는 깊은 흉터가 파여 있었다.

두 사람은 마른 풀밭 위에 나란히 섰다. 손을 잡아도 아무런 감흥이 일지 않았다. 줄리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난 당신을 배신했어요." 쇳소리 같은 목소리였다. 윈스턴이 잿빛 하늘을 보며 답했다. "나도 당신을 배신했소."

그녀는 무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에는 오직 자기 자신만 생각하게 되죠. 상대가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지는 거예요." 서로를 향한 갈망도 분노도 없었다. 남은 것은 지독한 피로와 낯선 거리감뿐이었다. 바람이 불자 두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각자의 길을 걸었다.

카페 안. 오른쪽 큰 화면에 콧수염 난 얼굴과 행진하는 대열이 비치고, 기둥마다 붉은 삼각 무늬 현수막이 걸려 있다. 앞쪽 탁자에 앉은 남자가 잔을 쥔 채 화면 쪽으로 고개를 들고 있다. 뒤쪽 탁자에 다른 손님들이 앉아 있다.

10. 승리

카페의 텔레스크린에서 나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아프리카 전선에서 적군을 궤멸했다는 승전보였다.

카페 안의 사람들이 일제히 화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무도 자리에서 일어서지는 않았다. 거리에서 군중의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윈스턴은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진을 들이켰다. 잔 바닥에 남은 것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의 눈가로 뜨거운 눈물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온전해졌다. 투쟁은 끝났다. 그는 마침내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그는 빅 브라더를 사랑했다.

표지로서재로
빅 브라더가 나를 사랑한다는데 어떡해요? · 조지 오웰 『1984』 각색 전문 — 고독 古讀